Wednesday, February 20, 2008

숭례문은 제1의 국보인가?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이 불탔다.
속보로 연기 나는 숭례문을 비추던 뉴스화면을 보면서 아내와 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다음 날 무너진 뉴스화면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밥도 먹으면서...

국보는 1호, 2호...의 순으로 번호가 붙여져있다.
여기에 붙은 '1호'는 가장 중요한 국보임을 나타내는 번호가 아니다.
국보에 붙어있는 번호는 일제시대, 일제가 관리의 편의상 번호를 무작위로 붙인 것이다.
참고로, 국보 70호는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훈민정음(訓民正音)이다.

이런 이유로 국보 1호 재지정에 관한 논의가 계속 되어왔다.
재지정 찬성은 일제에 의한 무작위 지정,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지정 순서일 뿐, 가치순서가 아니므로 바꿀 이유가 없다는 재지정 반대의견이 받아들여져 기존 번호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다.

<국보 이야기>, 이광표, 작은박물관
<시사iN>, 제23호, P84.

근데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는
국보 번호의 의미나 국보와 보물의 차이를 찾기가 힘들다.
문화재청에서 검색한 결과는 한 문화지킴이 카페로 연결이 되어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한민국에 국보가 얼마나 있는지, 목록이 궁금하다면 대한민국의 국보를 찾아가면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국보 1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숭례문이 성난 Vandalism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는 사실은 그리 기분좋은 경험이 아니다.
물론 아들 낳겠다고 부처상의 코를 갉아간다거나 국립공원 바위에 라커질을 해대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밴덜리즘도 여전하지만...

2002년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성장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다릴줄 알고, 나아질 것을 기대하면서 조금은 성숙한 모습을 경험해서 그런지 문화에 대한 조금은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2층 누각이 무너진 숭례문의 잔해를 보존할 것을 요청하고, 그 현장에서 자신의 현재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 여유를 가지게 된게 아닐까(물론 속단이지만 이런 희망이 내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한다).
왕정시대에서 식민지로 급작스런 변화를 경험하고, 3반세기동안 일제의 강점하에 지냈고,
한국전쟁, 독재정치,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도대체 주권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우리 국민으로서는
이 정도의 변화로도 충분히 성숙한 모습이라고 생각이 된다.

하지만, 국민 중 한명이 개발과정에서 누구나 겪게되는 불충분한 혹은 몰상식한 국가 보상에 불만을 품고 지천명을 넘어선 백발의 일흔 노인이 두 차례나 문화재 방화라는 해결방식을 선택한 것은 철학도, 큰 그림도 보여주지 않는 17 대통령인수위에 어떤 교훈을 주는건 아닐까. 국가 차원에서 국민의 화를 조절해야 이런 안타깝고 어이없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는...국가가 국민의 화 수위를 조절할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화인가?...

2Mb의 정치감각이 본 경기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너무 저돌적인 '왕회장'님 스타일을 많이 보여주신다.
막말로 인심을 많이 잃은 노무현대통령보다 더 막나가는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스럽다.
밴덜리즘은 문화재에만 국한되는게 아닌게 아닐까...
이러다간 4월 총선에서 수많은 국민들로부터 팽당하는 밴덜리즘을 맛보는게 아닐까..
대통령은 혼자 막 나간다고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