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07, 2006

가을,김광석

회귀

새벽 3시가 가까와지는데도 잠을 잘 수 없다.

김광석의 슬픈 목소리 때문이기도 하고...

달때문이기도 하고...

김광석은 자신의 노래를 만들지 못한 가수였다.

너무 많은 노래를 받아서 불렀다.

평론가도 자신도 만족스럽지 않았나보다.

청중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는데...

하지만, 내가 김광석이라도 참 슬펐을 것 같다.

내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가수.

그래서 뮤지션이 될 수 없었던 콘서트의 황제.

난 콘서트 장에서 끊어진 기타줄을 이으며

시간을 벌던 그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그 여유로도 자신의 노래를 만들지 못하는 자괴감은

떨쳐버릴 수 없었나보다.

창작할 수 없는 예술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의 노래가 슬픈 건 가사가 슬퍼서도,

목소리의 떨림이 슬퍼서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의 노래가 슬픈 건 그가 슬프기 때문이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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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혈과 육으로 싸우는게 아니라

삶의 진정성, 가슴으로 싸운다는 말인가?

혁명은 그러해야 한다는 말인가?

참삶은 알맹이만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래서 껍데기는 간 것인가?

유클리드나 뉴튼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어도

바흐의 첼로 조곡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절대 김광석이 아니면 부를 수 없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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