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05, 2007

금요일 늦은 퇴근길 4호선 오이도행

서영욱
7명 정원을 빠짐없이 채운
수완좋은 빚쟁이 아줌마의 일수책 도장 같은 시간의 흔적들이
외줄 전선을 따라 흔들거리며
졸고 있다

누군가의 어머니와 누군가의 딸들이
새로이 등장하고
유압 실린더에 밀려 닫혀지는
철도공사 노조의 찢겨진 성토 광고지마냥
찰진 외면이 옥수수 알같다

눈 아픈 엄마는 거친 손으로
그것보다 더 까끌거리는 털스웨터를 짜고,
마지못해 건너받은 스물여덟아들은
여전히 힘겨워하며 한 겨울을 자라목을 하며
근지러운 몸을 쓰다듬는다

서른이 되면 나아질까하여 남들은 끝난 잔치의 여운을
말할때 난 속으로 혼자 웃었다

더이상 펜을 들어서 쓰지않고
내 궁금증과 시간의 흔적들은
이미 구글에 친절한 메뉴판이 되어
날마다 나에게 접속한다

한달 5만원 가량의 전화비는
거의 5명가량의 이름으로 점철되고
난 오늘도 요원한 이름들 사이에서
잠시 배고픔을 느끼며 1번을 누르고
두 아이의 아빠임을 속삭인다

22년만에 다시 되뇌어 보는
까만색 피부의 긴 머리 소녀는
이미 우리 큰 녀석보다 더 큰 두 딸의 어미가 되어
남편의 이름으로된 새로 정비한 미니홈피주소로 나를 초대한다

아무에게 아무런 소망도 두지 말자는
다짐을
끝없이 돌아가는 순환선이되어
오늘도 잠시 정차할 때를 빼고
한다

내릴 문은 달리는 방향 오른쪽
이미
누군가의 어머니와 누군가의 딸들이
막아선 출입구를 두리번거린다

걸어서 5분이면 집이다,
다 쓰지 못한 시를 포켓에 넣고
72.48평의 5미터가 채 넘지 않는 구릉을 옆으로
아직도 녹지 않은 이제는 얼음이 되어 버린
지난 첫 눈 덩어리를 밟으며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