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ly 01, 2008

논문의 끝을 잡고

학위과정이 끝나간다.
수료후 꼬박 2년이 걸렸다.
박사 입학후 2년간의 휴학과 취업,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면서 상당히 돌아왔다.
그래도, 10달되면 애기가 태어나듯이 때가 되니까 나오나보다.

문제는 이제부터지.
학위가 오히려 짐이된 시대를 과연 정상적인 정신상태로 버텨나갈 수 있을지.

게다가 chemometrics라는 실체도 모호한데다 무엇보다
아무나 할 수 있을것으로 보이는 분야로 대한민국이 나를 데려갈곳이 있을지.
그래서, 선배들이 다들 회사를 차리는 모험을 감행한 것일까?

게다가 심사기간은 왜이리 길고 지루한지.
차라리 논문 준비하는 기간동안 처절하게 지도교수와 싸우면서 준비하는게 훨 낫지 싶다.
심시기간중에 논문 수정하고 심사받는 건 진짜 비인간적인 방식이다.
4주 정도의 기간을 거의 집에도 못가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차라리 1년에서 1년반을 고민세게하면서 지내는게 훨씬 이득이다.
논문도 고품질이 나올 가능성이 많고.
몇주 심사빡시게 한다고 논문의 질이 높아질 수 있나?

후배들에게 아무리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해도 이놈들도 크게 변하지 않겠지.
지도교수가 바뀌지 않는 한.

박사논문을 쓰는 사람들의 전공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실험을 병행하는 공학계열의 논문이라면
1. 실험설계
2. 실험데이터
3. 분석도구
4. 무엇보다 논문리뷰
의 중요성을 다시 살펴야 할 것이다.

리뷰는 사실 논문을 전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리나라 논문에서 가장 천대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것은 정말 지도교수와 긴밀한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리뷰가 제대로되면 설계와 도구는 자연스럽게 결정할 수 있다.
리뷰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문제들이 줄줄이 엮이게 된다.

리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정확해야 한다.
다양하고 비슷한 제목의 논문에서 내가 원하는 목적을 정확하게 밝히는 논문을 찾는 일은
아무리 구글링을 잘해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근데 의외로 나와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 제목의 논문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지금 후배들이 가장 하지 않는 부분이 리뷰다.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리뷰가 어느정도 마무리 되면 논문의 설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설계는 이미 기초 실험을 수행한 뒤에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의 경우에 이미 기초 실험으로 국내학회와 미국학회에서 발표를 했으니까 생각보다 수월하게 설계를 끝냈다.
하지만, 이게 발목을 잡는다.
설계가 수정되는 경우 재빠르게 초기의 설계의 틀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않다.
이미 형성된 리뷰와 설계를 꼼꼼히 변경하지 않으면 심사중에 큰 낭패를 보기 쉽다.
이 과정이 심사기간이 아니라 논문 작성기간에 발견되고 보충되어야 하는데
지도교수의 한계가 아쉬운 부분이다.
이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심사위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하는데 의외로 작은 과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관련 논문 저자들에게 열심히 연락하는게 유일한 길이다.

실험은 충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나의 분야의 경우 90%이상의 신뢰도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400개 이상의 샘플이 필요한데
그럴려면 정말 열심히 실험해야 한다. 물론 저 숫자를 다 채우지 못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석사생 내지는 졸업논문쓰는 학부생을 잘 구슬려야한다.
그들의 논문을 미끼로.

데이터 분석 도구는 과정중에 충분히 익혀둘 필요가 있다.
분석하고 논문을 쓸 정도가 되면 도구를 쓰는게 지겨울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데이터를 가공해야 할 필요가 있을때 손쉽게 바꿀 수 있다.
데이터가 많으면 의외로 index를 잘 못해서 전혀 다른 것을 그림으로 나타낼 경우가 있다.
정말 안보이다가 심사가 임박해서야 보인다.
그것도 지도교수의 빨간펜으로 표시가 되어서야.
도구는 내 수족처럼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탈자 없이, reference빠진 것 없이, 표, 그림 번호 섞임없이 물 흐르듯이
흐르는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빨간펜이 필요하다.
이건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감수하자, 욕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

심사위원은 내 논문을 잘 모른다.
내가 보여주는게 거의 전부이다.
그래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나를 당혹하게 할 수 있다.
그들이 아는 근본과 결과가 다르면 각오해야 한다.
그들을 설득해야 하니까.
상당한 논리와 인내와 물이 요구된다.
하지만, 결국 굴복시킬 수 있다.
왜?
난 졸업해야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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